[3일 늦은 2020년 크리스마스의 기록]
나는 20대에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 캘리그라피는 내게 너무도 매력적이고 언제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분야이다. 다만 지금은 마음의 여유도 충분하지 않고, 상황도 여의치 않아 '조금만 더 있다가 하자' 라고 미루고 있는 중이다. 대신에 가끔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땐, 마음이 따뜻해 지는 문구를 엽서에 적으며 혼자서 힐링을 하곤 한다.
이런 저런 경험들로 인해... 진심을 담아 적은 글씨에는 나름의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아이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되도록이면 손으로 직접 쓴 카드를 전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선물은 산타가! 카드는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다. 작년까지는 직접 읽을 수는 없지만 들으면 이해할 수 있는 문구를 적어서 내가 직접 읽어주었는데, 올해에는 둘째 소욤이가 읽을 수 있는 문장을 골라 최대한 알아보기 쉽게 또박또박 썼다. (첫째 하욤이는 왠만한 글씨는 거의 다 읽는 편)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 주어서 고마워. 엄마가 사랑해요.
평소에 사용하는 글씨의 꾸밈은 하나도 없이,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도 신경쓰지 않고 오직 쉽게 읽히는 데에만 집중해서 썼다. 하지만 그래도 그 어느때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소중한 카드가 완성되었다. 개인적으로 진정한 캘리그라피는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진심, 정성이 담겨야 한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카드를 완성하고 보니 얼른 건네고 싶어졌다. 카드를 받아 든 아이들의 표정이 궁금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왠지 특별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필로그 # 소욤]
엄마 : 이거 읽어보자.
소욤 : 엄..마..
엄마 : (기다림)
소욤 : 가..
엄마 : 그 아래는?
소욤 : 사..랑해..요 (씨익 웃음)
엄마 세상 행복 ❤︎
[에필로그 # 하욤]
하욤 : 엄마, 근데 나는 건강하게 자라지는 않았어요. (이미 혼자 읽음)
엄마 : (???) 왜?
하욤 : 나는 알레르기가 있어요.
엄마 : (-_-;;;)
귀엽긴 한데... 이럴 땐 뭐라고 해주어야 할까나...ㅋㅋㅋ 그래도 네가 좋아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