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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윤자매/육아일상

오늘의 일기

by 해이나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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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은 아니지만 다이어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해두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다이어리를 적고 있을 때면 하요미가 다가와 빤히 쳐다보곤 했다. 언젠가 엄마는 뭐하는 거냐고 물어서 "오늘은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어요~ 라고 적어두는 거야." 라고 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영유아 구강검진이 있던 날이라 치과에 다녀오는 길에 동네 다이소에 들렀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글라스데코를 한개씩 사고, 또 사고 싶은게 있는지 물었더니 하요미가 작은 스케치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 그 정도는 엄마가 사줄 수 있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스케치북에다가 뭘 할 건데 작은 게 필요해?"

"일기를 쓸거야. 엄마처럼."

"오, 그래? 그럼 다 써서 엄마도 보여줘야 해. 기대하고 있을게."

 

집에 오자마자 연필과 색연필을 꺼내어 작은 스케치북에 무언가 끄적끄적 하는 하요미. 잠시 후에 다 되었다며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스케치북의 첫 페이지엔 동그라미 9개가 그려져 있고, 아래에는 태풍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엄마, 이거는 태풍인데 장미, 바비, 마이삭이야. 장미보다 바비가 크고, 바비보다 마이삭이 커서 태풍 크기가 다른거야. 마이삭은 아직 안 지나갔는데 지나가고 나면 여기에다가도 지나갔다 라고 쓸거야!"

"우와, 정말 멋진 일기네. 아래 파란 거는 뭐야? 태풍이랑 같이 비가 내리는 건가?"
"아니야. 바다에서 수증기가 올라와서 태풍이 만들어지는 거야!"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일기라서 놀랐다. 둘째 소요미는 언니의 설명을 가만히 듣더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에 질세라 연필을 들고 언니와 똑같이 바다와 수증기, 태풍을 그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와서 자랑스럽게 스케치북을 내밀고 "엄마 태풍을 찾아 볼래?" 하며 씨익 웃었다.

 

그렇게 멋진 일기를 만든 자매는 침대 위에 올라가서 나를 앞에 앉혀두고 한참을 앵커 놀이를 했다.

 

"지금 태풍 마이삭이 오고 있습니다. 바비보다 마이삭이 더 큽니다. 아래에 새로운 애기 태풍이 또 생겼습니다. 이름은 아직 모릅니다."

 

신이 나서 떠드는 그녀들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하루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듯 했다. 나의 어여쁜 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근사하게 성장하고 있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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