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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에게해주고싶은말3

초등학교에 다니는 너에게 안녕, 엄마야. 초등학교 생활은 어때? 담임선생님과 새로 사귄 친구들은 마음에 들어? 학교에 다녀와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나게 재잘거리는 네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만으로도 엄마는 웃음이 나. 며칠 전 진지한 표정으로 "코로나 19 때문에 유치원에서 공부를 못 해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글씨를 다 알아야 되서 공부 해야돼요." 라고 하요미가 말했지. 초등학생이 된 너희들은 한글을 다 뗐으려나. 숫자랑 영어 알파벳은 얼마나 알려나. 잘 하지는 못해도 어느정도 익숙해졌으리라 믿어. 그 때까지 엄마가 많이 도와줬을 테니까, 앞으로도 그럴거고.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거의 없단다.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는 것도 드물지. 이건 이미 어른이 된 엄마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확실한 건 계속 하다보면 .. 2021. 1. 13.
유치원을 졸업하는 너에게 안녕, 엄마야. 아마도 네가 지금은 한글을 다 떼지 못해서 엄마의 편지를 읽을 수 없겠지만, 좀 더 자라면 이 글을 읽을 수 있을테니 그 순간을 떠올리며 엄마의 마음을 글에 담아볼게. 벌써 네가 8살이 되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구나.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고,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고, 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되고, 또 유치원 형님반에 가게 되었다며 좋아하던 너... 엄마는 눈을 감으면 네 성장과정이 머리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벌써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니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아.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너는 3살 때부터 어린이집에 다녔어. 감사하게도 너무 좋으신 어린이집 원장님, 선생님을 만나 웃음 가득하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사실 엄마는 네가 어린이집에 못 .. 2020. 11. 25.
안도현, 스며드는 것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처음 읽고 마음이 먹먹해서 오래도록 머리속이 멍- 했다. 나는 간장게장을 정말 좋아하는데, 한동안 게장도 못 먹고. ​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무력함과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지막 문구가 압권이다. 2020.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