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것1 안도현, 스며드는 것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처음 읽고 마음이 먹먹해서 오래도록 머리속이 멍- 했다. 나는 간장게장을 정말 좋아하는데, 한동안 게장도 못 먹고.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무력함과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지막 문구가 압권이다. 2020. 5. 5. 이전 1 다음